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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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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예전과 같이 꼭꼭 싸맨 감정이 어쩔 수 없이 새어 나오는, 차분히 설명하지만 그 설명하고 있는 것이 전혀 이성적이지 않은 그런 글은 잘 못 쓰겠다.


아마 그토록 풍성했던 감정과 광기가 이젠 많이 닳아 없어졌는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고, 사회에 적응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거다. 뭐라고 표현하든 속에 들어있는 내용은 대충 비슷하지 않나. 사회에 적응한다. 굳이 나쁜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나의 언어, 행동, 표정을 가장 마음에 드는 것들로 정성스레 장식해서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한 유일무이한 나를 만들었다. 그런데 나이가 먹어 가면서 그걸 유지하기가 버거워서라기 보단, 아 모르겠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그걸 유지하기 버거워서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텐데, 나는 나 혼자 빛났다. 사람들은 나를 아꼈지만, 나는 혼자 빛났다. 아니다, 사람들이 나를 아끼는 것도, 사람들이 나를 벌레 보듯 보는 것도 다 내 상상속에서 일어난 일이라 실제론 어땠을지 알 수가 없다. 나는 계속 나에 대해 고민하고, 내가 나를 어떻게 버려야 할지 열심히 고민하고, 이 넓은 세상 중에 나만 따로 떼어서 매력적이고 선한 무언가로 만들어 보려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내가 연결될 때 그 사이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다. 나라는 것에 대해서는 온갖 예쁘고 즐거운 말들로 표현해 내면서도, 그 공간에 붙여 줄 마음에 드는 이름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공간'이라니. 이렇게 게으르고 뻔한 단어 밖엔 아는 게 없다니. 하지만 이렇게 되어 버려서 다른 방법이 없으니 계속 얘기하겠다. 다른 사람과 내가 연결될 때 그 공간으로부터 생기는 '나'라고 부르기 애매한 내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멀찍이서 우러러 구경하는 나 말고, 다른 사람과 뒤엉켜 사는 나. 걔는 지금까지 내가 정성들여 꾸며 놓은 '나'랑은 상관이 없다. 생각만큼 예쁘질 않아서, 혹은 내 맘대로 되질 않아서 애저녁부터 고개를 돌리고 보지 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보질 않고 있었더니, 어떻게 생겼는지는 고사하고 남아는 있는 건지조차 모르겠다.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중요한 거냐고. 나는 그 사람들에게 그냥 취향 같은 거다. 예쁘고 보고 싶고 좋지만, 삶으로 여겨지지는 않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을까?


지금 던지고 있는 이 질문도 다 나에 대한 거다. 애써 만들어 놓았지만 벌써 닳아 없어져 가고 있는 나를 놓지를 못해서. 이젠 내 얘긴 그만하고 싶은데, 내 얘기밖에 아는 게 없네. 다른 사람들과 나의 사이에서 몽글거리고 있는 내가 알지 못하는 나에게, 나는 어떤 말로 옷을 입혀 줘야 할지 먼지만큼의 감도 잡질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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